임신 중 우울증을 치료하면 어머니의 정신건강은 물론 태어날 아기의 뇌 발달과 초기 정서 조절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 중 우울증은 임신부의 20~4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연구에서는 임신 중 어머니의 우울증이 자녀의 정서·행동 문제와 정신건강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대부분 관찰 연구에 그쳐, 어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했을 때 자녀의 발달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미국 콜로라도대 앤슈츠 의대와 덴버대 등 공동 연구팀은 임신 중 슬픔이나 우울감을 겪는 여성을 대상으로 ‘케어 프로젝트’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은 대인관계와 사회적 지지에 초점을 맞춘 심리치료를 매주 50분씩 총 8회 받았다. 다른 집단은 일반적인 산과 진료와 함께 임신 중 우울증에 관한 심리교육을 한 차례 받고,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심리치료 받은 어머니의 아기, 해마 발달 양상 달라
출생 후 아기의 뇌를 분석한 결과, 심리치료를 받은 어머니의 아기들은 기억과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해마에서 다른 발달 양상을 보였다. 두 집단 사이에 해마 측정값이 약 5% 차이 났다. 특히 아기의 해마 특성은 생후 6개월 시점의 정서 조절 능력과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임신 중 어머니의 우울증이 태아의 뇌 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어머니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것이 자녀의 초기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덴버대 엘리시아 데이비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신 중 어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하면 영아의 뇌가 더 건강한 발달 경로를 밟도록 도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임신 중 어머니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것은 자녀의 건강에도 투자하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의 한계와 추가 연구 필요성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임신 중 우울증 치료가 자녀의 장기적인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마에서 관찰된 차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는지, 초기 정서 조절 능력과의 연관성이 성장 후에도 이어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연구 참가자 수와 관찰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신중해야 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임신 중 우울증 치료가 자녀의 장기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자세히 밝힐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게재됐다. 임신 중 우울증은 방치하기 쉬운 문제지만, 적절한 치료와 지원이 어머니와 아이 모두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로 주목된다.
